한국상담학회(KCA)와 한국상담심리학회(KCPA)에서는 모두 1급 자격을 취득하면 슈퍼바이저로 간주합니다.

두 학회 모두 슈퍼바이저가 일정 조건(취득 후 5년 유지 등)을 충족할 경우 주 슈퍼바이저로 승급합니다.

 

두 학회 모두 주 수퍼바이저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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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개사례발표를 열기 위해 주 슈퍼바이저 1명과 일반 슈퍼바이저 1명이 필요하고

2) 수련인정기관 등록에도 주 수퍼바이저 1명과 일반 슈퍼바이저 1명이 필요합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KCPA)만 해당하는 필요 중 추천서가 있습니다.

수련생이 자격 취득 과정에서 주 슈퍼바이저에게 추천서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기준에는

1급 상담심리사의 경우, 주수련감독자에게 10회 이상
2급 상담심리사의 경우, 주수련감독자에게 3회 이상

을 수련 받아야 해당 주수련감독자로부터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급→일반 수퍼바이저 →주 수퍼바이저 진화의 단계인가? X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2급보다 1급, 1급보다 주 슈퍼바이저가 더 높고 좋은 단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행정적으로나 경력으로나 주 슈퍼바이저가 더 선배 전문가의 위치에 있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이러한 차이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놓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왠지 더 어려운 어른을 마주하는 기분 때문에 주 슈퍼바이저에게 말 조심하거나 긴장하느라 정작 필요한 도움을 놓친 적은 없나요?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주 수퍼바이저의 위계는 잠시 내려놓고 일반 슈퍼바이저와 비교했을 때 어떤 기능이 다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지입니다.

 

Bernard & Goodyear의 수퍼비전 변별모델 이론을 빌려오자면, 두 역할은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이론에서는 슈퍼바이저가 교사, 상담가, 컨설턴트 3가지 역할을 상황에 따라 오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각 수퍼바이저가 '주력'으로 담당하는 기능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 주 수퍼바이저: 수련생의 전반적인 발달을 책임지고, 평가 서류에 서명하며, 윤리적 책임을 공유하는 사람.
  • 일반 슈퍼바이저: 특정 사례나 기법에 대해 단기적으로 자문을 구하는 전문가.

제 경험과 Bernard & Goodyear의 변별모델 이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구분 주 수퍼바이저 일반 수퍼바이저
관계 장기적, 지속적, 깊은 신뢰 관계 단기적, 사례 중심적, 기능적 관계
초점 상담자의 성장, 전문적 정체성 내담자 문제, 이론과 기법
기능 평가 권한, 위기 개입, 윤리적 책임, 홀딩* 새로운 시각 제공
주제 역전이, 상담자 패턴, 진로 고민, 소진 사례 개념화, 구체적 개입 기술

 

실제로 제가 주 슈퍼바이저와 일반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해서 있었던 일을 함께 공유합니다.

사례1. 수련 확인 요청드렸다가 거절 당한 경험

자격요건심사 전 뒤늦게 상담자 경험 확인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예전 주 수퍼바이저 선생님께 연락드려서 이전 수련에 대한 확인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선생님을 지금 담당하고 있는 주 수퍼바이저에게 먼저 요청해보세요.
그게 수련을 책임진다는 의미에요.
만약에 그래도 어려우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세요"

이때 주 수퍼바이저가 수련의 최종 책임자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사례2. 번짓수를 잘못 찾은 질문
한 번은 공개사례발표로 대가 선생님께 슈퍼비전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더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미세한 상담자 반응이 적절했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그 선생님께서
"그거는 여기서 다루기는 적절하지 않네요.
교육 분석에서 다루거나 주 수퍼바이저와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라고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공개된 자리이기도 하고 처음 만난 수퍼바이저가 언제 봤다고 제 내면까지 깊게 다룰 수 있었을까요.
당연한 말씀인데 의욕만 앞서서 수퍼바이저의 역할을 구분 못해 생긴 일이었습니다.

 

 

주 슈퍼바이저와 일반 슈퍼바이저 모두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야기도 함께 공유합니다.

사례3. 기존 방식이 벽에 부딪힌다면 다른 도구도 찾아보세요

DSM-5-TR에 나오는 진단 중 모든 진단을 다 경험해 본 슈퍼바이저가 있을까요?
아마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제가 알기론 한국에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가 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일단 불가능할 겁니다)

슈퍼바이저도 자신의 임상적 배경에 따라 더 경험이 풍부한 내담자 군이 있습니다.
저도 제가 의지하는 주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애착, 트라우마 기반으로 작업을 주로 하셔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한 번은 사고 장애, 정신증의 영역에 포함되는 내담자를 개입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기존에 제가 알고 있고 익숙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될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공개사례발표 참관에서 뵌 슈퍼바이저 선생님 한 분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정신증을 앓고 있는 내담자에 대한 사례 개입 경험이 풍부했던 것을 기억하며, 메일을 보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도, 흔쾌히 도움을 주셔서 내담자를 이해하는 관점의 폭이 한 층 성장했고 내담자에게도 더욱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4. 믿고 기댈 건 우리 선생님뿐(간접 경험)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선생님 사례를 직접 옆에서 봤습니다.
이 선생님이 진행 중인 고위험군 사례가 하나 있었는데 자살 시도 가능성이 높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이틀 뒤 상담 약속이 있는데 그 전까지 안전할지, 상담에 들어가선 어찌 개입할지 고민이 많았던 선생님은 결국 주 슈퍼바이저 선생님께 SOS를 쳤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저녁에 사례를 봐주시겠다고 했고 개입 방향과 상담자와 내담자를 보호할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주 슈퍼바이저 선생님의 존재감 자체가 상담자에게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 걸로 보였습니다.

 

이처럼 나를 오래 봐주고 수련을 책임져주는 주 슈퍼바이저

한 가지 관점, 이론에 고착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자극을 부여해 주는 일반 슈퍼바이저

 

수련생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만 안다면, 수련이 훨씬 풍부해질 거라 봅니다.

 

 

Reference

Bernard, J. M., & Goodyear, R. K. (2019). Fundamentals of Clinical Supervision (6th ed.).

 

제가 수련을 하면서 절실하게 경험했던 것 중 하나는 '정보의 부족'이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의 부족은 동료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어디 가면 뭐가 좋다, 누구 선생님 집단 참 좋더라 등)

 

하지만, 내부 세계, 즉 스스로에 대한 관찰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교육, 수련일지라도 소화가 안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소위 말해, 스스로 발달 수준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1) 계속 같은 슈퍼바이저에게 수련을 지속하거나

2) 좋다는 교육, 슈퍼비전을 받아도 100% 내 것으로 체화하기 힘들거나

같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수련 감독자가 되면서 조금씩 상담자의 발달 수준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수련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발달 수준을 좀 더 명료하게 인식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기 시작합니다.

(재테크를 알게 된 성인이 마치 아이들 필수 교육 과정에 금융이 있으면 좋겠다.. 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심지어는 관련하여 탐색을 해보니, 이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담자 성장을 위한 대단위 프로젝트 연구까지 있었는데 말이지요.

이러한 내용을 함께 공유합니다.

저 같은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자신의 발달 수준을 한 번 체크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전 세계 11,000여 명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와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상담자의 성장을 연구한 Rønnestad & Skovholt의 6단계 모델입니다.

  발달 단계 특징 선호하는 수퍼비전
1단계
(상담 시작 전)
논외
2단계
(대학원 입학 후)
  • 불안과 의존, 정답 찾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 외부 지식, 전문가의 모델에 의존
구체적이고 지시적인 수퍼비전을 선호
  
3단계
(대학원 졸업 전)
  • 기본을 알면서도 실수할까봐 조심함
  • 수퍼바이저에게 의존하고 싶으면서도
    독립된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음
실제 사례에 대한 모델링을 선호
4단계
(자격 취득 직후)
  • 배운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벽을 경험
  • 나만의 색깔 찾기
수평적 관계의 수퍼비전, 정서적 지지를 선호
5단계
(숙련된 전문가)
  • 상담실 안에서의 자아와 인간 자아의 통합
  • 치료적 관계에 대한 믿음
신뢰할 수 있는 동료와 어려운 케이스 나누기,
역전이 이슈
6단계
(원로 전문가)
  • 인간의 고통에 대해 겸허해지고 고통에 집착X
  • 상실감에 대해 다룸(인간적 발달 단계와도 연관)
배우는 것보다 후학 양성에 관심

 

지도받는 의미의 슈퍼비전은 이 중 2~4단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발달 과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슈퍼바이지 스스로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해야 좋은 슈퍼비전도 소화가 되겠지요.

예를 들어,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언어화해 볼 수 있습니다.

1) 나는 3년 정도 상담했고, 배웠던 것을 정말 그대로 따라 했는데 뭔가 내담자 반응이 안 좋고 배웠던 게 정말 진짜일까? 확인받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상담할까?


2) 기본을 알면서도 실수할까 조심(3단계)하며, 이전 학습에 대한 벽을 경험(4단계)하는 단계에서 실제 사례에 대한 모델링을 선호함과 동시에 의존과 독립의 욕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단계구나


3) 지시적인 슈퍼바이저보다는 내 사례뿐만 아니라, 상담자로서 나만의 색깔을 모델링할 수 있는 선생님에게 슈퍼비전 받고 싶다


이처럼 같은 상담자라도 1) 여러 단계가 혼재되어 있을 수도, 2) 경험하고 현재 속해 있는 임상적 환경에 따라 발달 속도가 더디거나 빠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상담자들 저마다 다른 환경, 개인의 특성, 수련의 정도에 따라, 요구하는 수련이 다릅니다.

수련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해야 '잘'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자기 자신의 내적 세계를 탐색했을 때 더욱 풍부하게 나오는 듯합니다. 

 

 

 

Reference

Rønnestad, M. H., & Skovholt, T. M. (2013). The developing practitioner: Growth and stagnation of therapists and counselors.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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