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내 상담에 회의감이 든다.
내담자에게 미안하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걸 알아봐야 하나 취업도 어렵고 수련할 힘도 돈도 없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상담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거나 흔들릴 때 나오는 말입니다.

저도, 제 주변 선생님들도 타령하듯 내던 소리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직 무료 상담 세팅 중 상당수는 열악합니다.

그리고 윤리와 비윤리 사이를 오갑니다.

 

저 역시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근무하며, 상담자의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적도 있습니다.

(행사답사를 가야 하니 상담 일정을 취소하라는 '지시', 슈퍼비전을 받는 걸 유별나게 보는 분위기, 가족이 수련감독자라 수첩을 적어줄 수 있다며 회유하는 상사)

정이 다 떨어져버려서 아예 다른 일을 하러 가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할 만큼요.

 

흔들리고 무너지는 나의 정체성과 그로 인한 감정들

말도 안되는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좌절하고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가 될까 정체될까 불안하다가

어차피 해도 안될 것 같아서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나의 상황.

 

내담자들하고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저는 이런 조직에 속한 내가 너무 싫고 이러한 현재가 미래가 될까 봐 불안하고 우울함이 들었습니다.

사실 조직은 내가 아닌데 말이죠.

 

"이래서 무슨 상담을 하겠다고"

 

라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파국화까지.

내가 나를 알아주지 못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상담자답게 상담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보자

 

는 겁니다. CBT에서 말하는 Self-Therapist가 되라는 말이랑 같은 의미네요.

 

이 글을 읽는 선생님 중

 

상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기관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

예산 주체의 입맛에 따라 말도 안 되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선생님들

내담자 복지에 위배되는 행위를 강요받는 선생님들

수련의 '수'자도 꺼내기 힘들 만큼 사업에 치이는 선생님들

그 외에 여러 상담자로 존재하기 힘든 환경에 있는 선생님들

 

이 있다면 객관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이 맞습니다.

상담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때 그 동기와 결심마저 떠오르지 않을 만큼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선생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처음 그 상담을 선택할 때 그 동기와 결심은 신기루였을까요?

혹은 잠시 진흙 속에 묻힌 연꽃일까요?

 

 

척박한 환경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러울 만큼 나를 상처 입히고 흔들 수도 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모두 나의 부족함으로 설명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아론 벡도 물었죠.

가장 친한 친구가 나와 똑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말해줄 거냐고요.

아마 "네 탓이 아니야. 환경이 문제였어"라고 위로했을 겁니다

 

나의 좌절을 충분히 애도해 주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상담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소중하게 봐주세요.

상담자답게 나의 아픔을 수용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믿어주세요.

진흙 속에 피는 연꽃도 각자의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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