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는 MMPI-2 공부 방법(교육은 제발 그만 들으세요)

방대한 양의 척도와 해석 방법에 치이지만, 안 쓸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 MMPI-2입니다.
저 역시 MMPI-2가 애증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해석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MMPI-2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나니 어떻게 공부하면 좋겠다라는 주관이 생기니 언젠가 치워야 할 골칫덩어리에서 탐구의 대상으로 인식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인식의 변화가 생겼냐고요?
이전에는 MMPI-2는 제게 답지가 없는 거대한 과제로 와닿았습니다.
그러다보니 MMPI-2를 현장에서 잘 읽어내기는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니 동료들과 함께 좋다는 교육을 들으러 갔습니다.
교육을 듣고나면, '아! 나도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하고 몇 일이 지나면 또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일을 몇 년 반복하고 나니 'MMPI-2 해석을 잘하는 상담자가 대단한 거야!'하며 여우와 신포도 처럼 합리화하는 경지(?)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아셔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결국 강의 내용은 MMPI-2 매뉴얼을 모두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강사님이 아무리 전달력 좋게 전해주시더라도 그것은 매뉴얼을 모두 읽어 본 강사님의 인식 안에서 정리된 내용입니다.
결국엔 이 방대하고 섬세한 도구를 내가 직접 읽고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DISC의 경우에는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임상 집단(0.66)에서는 활용 가능하지만, 일반인(0.45~0.49)을 대상으로는 활용하기 힘듭니다.
또 예를 들면, 코드 패턴 분석은 임상 장면에서는 상승한 임상 척도 내에 모든 소척도가 상승하니까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임상 수준이 아닌 내담자의 경우, 코드 패턴으로 해석했을 때
4번(Pd 반사회성)척도가 상승했다하더라도
- Pd1, Pd2가 상승을 견인했는지 → 가정폭력, 권위에 의한 희생자인지
- Pd4, Pd5가 견인을 했는지에 따라 → 모종의 이유로 인해 소외감을 경험하고 있는지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정도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교육에서 다루기는 어려울 뿐더러, 다뤘다하더라도 이것을 체화하여 해석에서 곧바로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때문에 저는 교육은 가이드 라인의 의미로 듣되, 교육을 반복해서 듣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입시 영어를 공부해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문법 수업을 많이 들었다고 해서 회화가 술술 나오진 않죠.
프로이트도 정신분석 강의에서 "오늘 본 사람들은 제발 다음 강의에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저는 MMPI-2를 공부할 때 외국어를 학습한다고 생각해보시길 권유합니다.
내담자가 표현하는 것과 표현하지 않는 것,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이 MMPI-2라는 언어를 이용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음은 MMPI-2 언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 1. 학습 동기 장착(해석할 프로파일을 만드세요) |
개인적으론 학교 다닐 때는 단어 외우기가 정말 귀찮아서 제일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가 영어였는데 혼자서 원서를 찾아 읽는 저는 청개구리인걸까요? 아닙니다. 영어 시험 속 지문은 제 이야기가 아니었고 원서 속 이야기는 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MMPI-2 도 마찬가지에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될 때 학습 동기가 확 올라갑니다. 내 프로파일을 구하든 내가 상담해야 할 내담자 프로파일을 보든 내가 해석할 프로파일을 먼저 만드세요. |
| 2. 알파벳을 배우세요(매뉴얼 정독) |
안타깝게도 외우기 쉽게 노래로 척도를 만들어준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더 안타깝게도 알파벳보다는 각 척도마다 의미가 다 있어서 그냥 척도만 외우는 것보단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알파벳에 대해 친절히 알려줄 우리에게는 좋은 매뉴얼이 있습니다. 마음사랑에서 만든 MMPI-2 매뉴얼을 정독하면 척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얼마나 타당하고 신뢰로운지, 다른 척도와 비교했을 때 측정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상관성 있게 측정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 3.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보세요(아 다르고 어 다르다) |
유사한 이름의 척도가 있을 겁니다. Ho(적대감), O-H(적대감 과잉통제) Si2(사회적 회피), SOD1(내향성), INTR(내향성/낮은 긍정적 정서성) 유사한 이름의 척도이지만, 각각 다른 것을 측정하고 있으니 무슨 차이가 있을까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말로 '아 다르고 어 다르다'죠. 그 뒤에 문장을 구성해 봅니다. LSE1(자기 회의), Es(자아강도), Do(지배성)가 모두 상승했네? → 다른 사람들은 나를 안 좋아할 거야(LSE1) 나는 지금 문제를 견딜 힘이 있고(Es) 남들 앞에 나설 수 있어(Do) → 스트레스 상황도 견딜 수도 있고 자신감도 있는데 왜 자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 자원(에너지 수준, 인지적 능력, 대인관계 능력 등)이 풍부해서 겉으로 보기엔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선 자기가 수용이 안되는 부분이 있나? |
| 4. 회화 연습하기(다른 검사와 비교해봅니다) |
TCI와 함께 검사를 실시했다면, 자율성에서 자기 수용과 타인 수용, 유능감은 어떤지 볼 수 있겠네요. 자기 수용이 낮게 나오지만, 타인 수용과 유능감은 높게 나오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검사이지만, 유사한 개념을 측정하는 척도에 대해 이해하고 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다른 검사 결과에서 어떤 소척도가 상승할지를 예상해보는 연습을 해봅니다. 즉 Cross Check이죠. |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할 수록 속도와 정교함이 올라갑니다.
(검사 해석도 외국어도 결국엔 숙련도니깐요)
교육은 적어도 알파벳은 익힌 다음 듣는 게 더 효율적일 거라 생각해요.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 내가 문장을 구성하는데 오류나 비약은 없는지
- 다른 검사 결과와 Cross Check를 하는데 상반되는 값이 있는지
- 면담에서 본 내담자랑 너무 다른데?
- 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와 같은 실제 내담자를 대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슈퍼비전을 받는 것이 더욱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P.S. 이미 유명하셔서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제가 소개한 방법은 사실 Walden3(김한우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많습니다. 계속해서 슈퍼비전도 받았고요. 이 블로그도 어찌보면 벤치마킹하는 것이기도 해요. 이미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있으니 선생님의 블로그를 참고해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Reference
한경희, 김중술, 임지영, 이정흠, 민병배, 문경주 (2012). MMPI-2 다면적 인성검사II 매뉴얼 개정판. (주)마음사랑.